"웰빙푸드" 무늬만 웰빙

우유ㆍ빵 등 상당수 제품 보리 등 함량 미달

"가격만 터무니 없이 비싸" … 소비자들 분통


전문가들은 지난해 웰빙 붐을 타고 출시된 빵과 우유 등 각종 제품들은 대부분이 건강에 도움을 주기에는 `함량 미달`인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10년차 주부 이모(여ㆍ42ㆍ서울 서대문구) 씨는 최근 몸에 좋다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콩 우유를 배달시켜 마시다가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단맛이 지나치게 강했기 때문이다. 제품 겉봉에는 검은콩 농축액은 고작 0.4%에 지나지 않았고 정백당(설탕) 함량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씨는 우유 제조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한마디뿐이었다.

검은콩 우유의 경우 콩의 비린맛을 제거하기 위해 상당량의 정백당을 넣는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 이씨는 "내가 알고 마셨던 웰빙우유가 결국 딸기 우유만도 못한 것이었느냐"며 "우유 제조회사는 하루 빨리 정백당 함유량을 표기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웰빙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업계가 웰빙상품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유업계는 지난해 검은콩 우유 바람에 이어 녹차와 호두가 가미된 우유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고 제빵업체에서도 보리, 쑥, 호밀 등이 들어간 빵으로 소비자를 끌고 있다.

이런 제품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가 20∼30% 비싸지만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웰빙에 대한 개념이 불분명하고 이를 입증할 만한 기준이 없어 일부 업체들은 장삿속으로 웰빙을 이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가 S와 B, L 우유를 대상으로 웰빙제품으로 알려진 우유의 정백당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이들 업체 모두 답변과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모 우유업체는 "우리는 웰빙우유라고 광고한 적도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문제였다"며 "대중적 입맛을 쫓다보니 본의 아니게 정백당이 과다 함유됐다"고 고백했다.

제과업체도 마찬가지다. C업체가 내놓은 보리빵의 경우 보리의 함량은 보릿가루 4%, 보리엑기스(진액) 1%에 불과했다. `무늬만 보리빵`인 셈이다. 한 커피전문점이 판매하는 호밀베이글의 경우 호밀은 고작 8%뿐인 데 비해, 설탕과 소금의 도합은 9%였다. 이 업체의 쑥베이글 역시 쑥 함유량은 전체의 0.1%로 설탕(4%)과 소금(0.75%)의 함량이 지나치게 높았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계가 호밀빵을 판매하고 있지만 호밀이 30% 이상 함유되지 않은 빵은 호밀빵이라 볼 수 없다"며 "밀가루 함량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죄다 지방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밀가루 빵만도 못한 제품들"이라고 털어놨다.

소비자 시민의 모임 측도 "웰빙바람을 타고 생산된 일부 우유와 빵의 경우 건강바람에 편승한 급조된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기준에 적합하지도 않는 상품들이 웰빙상품으로 둔갑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헤럴드경제 2005-01-10] 김지만 기자(manji@heraldm.com)